1. 역사적 문제의식과 철학적 문제의식.
18세기의 의사들이 병을 정의할 적에, 역사적 접근과 철학적 접근의 분리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여기에서 역사적 접근, 역사적 지식이라고 한다면 현대적 의미의 내러티브적 역사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하겠다. 역사주의라는, 각 사건마다 의미를 찾아 그것이 각각 독립적이고 나열되어 있을 뿐이라는 접근이다. 반면 철학적 접근이라고 한다면, 어떤 사건의 '왜?'를 찾는 것으로, 그 중에는 인과적 생각 방식이 들어있다. [염증]을 정의한다면, 통증, 발열, 농포 등이 있다고 할 수도 있고, 그것이 바이러스 감염 때문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전자가 역사적 접근이라면, 후자는 철학적 접근이다.
역사라고 하는 것이 [염증]의 예시에서 보았듯이, (푸코적 의미에서) 역사란 인과관계와 관련없는 개념적 네트워크일 뿐이고, 시간적인 선상 위에 있지 않다고 본다. 18세기에는 병을 정의할 적에 역사적 접근을 주로 택했고,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예방적인 발상보다는, 그 병의 구성요소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컬렌의 예시가 나온다. 컬렌은 어떤 병의 인과를 자신의 '분류 체계'에 따라서 구성했다. 어떤 현상의 '관련' 원인들이 있다는 식이다. 한편 사이덴햄은 '자연이 질병의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내며 유지하는 방식'을 연구할 때, 그것이 자연과 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아니라, 역사적 접근이라고 보았다. '역사적'이라는 용어의 개념사에서 어쩌면 그것의 의미는 '아주 단순하고 기초적이고 근원적인'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시공간의 분리, 그 중 공간 면에의 집중이 이루어지는 와중에 의학 역시도 그러한 조류에 휩쓸리고 있었다는 것. 질병 개념의 네트워크는 실제 신체와의 분리된 채 존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