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몽주의자들의 전쟁준비 과정에의 저자의 불만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지원과 준비, 전술의 수학화, 공고화가 그 이전의 전쟁론들의 주를 이루었으니, 거기에는 막상 불확실하고 공포스러운 전장 속의 이야기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의지, 통찰과 지성이라는 문제가 고려대상이 된 것이 이 저술의 의의이다.
전쟁의 적절한 지휘관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무기의 양산과 전술의 체계화만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대장장이만 많고 좋은 검사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휘관에게는 대포의 원리나, 철이 녹는 점을 알 필요가 없다. 그것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인간 병사들과, 전장 바깥의 정치를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지휘관이 마주한 문제이다.
막상 전쟁이 시작되면 각지의 국지전이 벌어지는데, 그 범위가 엄청나게 넓기 때문에 모든 곳의 지형지물을 순식간에 알고 판단할 수 있는 지성이 필요하다.
2.
이 책은 재래식 무기를 기준으로 저술되었다. 현대의 드론 운용은 커녕, 탱크 등이 개발되려면 멀었던 시기이다.
한창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영향을 받은 시기라고 하니.
다만 전쟁에서 수의 우세를 주로 고려하는 계몽주의자들은 급식 소모의 양, 기지의 규모와 배치, 전투력의 수를 연구대상으로 했다.
이대로면 사실 스타크래프트와 다를 바 없다. 전투원들은 무조건 호전적이고, 당연히 죽음을 불사한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전장은 불확실하고 공포스러우며 판단이 매우 어렵다. 게다가 통제적 실험관찰과는 달리 변수가 인간 숫자 만큼일 뿐만 아니라, 진영을 단위로 한다고 해도 독립변인이어야 하는 양 진영들이 서로 충돌 및 반응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 클라우제비츠의 전쟁 천재라고 하는 이는 원대한 계획을 위해 냉철하고 침착하게 차근차근 노력해나가는 인간상이기도 하지만, 그의 행동은 실증과 계획에 근거할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면도 개입된다는 것이다. 아마 베버의 표현에 따르면 카리스마적 리더라고 할까. 물론 저자는 감성이란 것이 '혼란과 어둠 속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 지성을 관철하는 능력'이라는 식으로, 인지적인 것으로 수렴한다. 그로 말미암아 '위대한 지휘관은 냉철하며, 의지나 정신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그 지성의 정체, 의지력의 근원 등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후대에 남겼던 숙제였다. 낭만주의란 게 이런 걸까.
클라우제비츠는 전쟁 천재를 상정하고, 그 성질의 특징을 분류했다. 딱 전장에서 인사를 하는 기준만을 다루었기에, 지휘관을 양성하는 과정 같은 전쟁준비의 과정은 계몽주의자들에게 떠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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