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자기소개

취미와 문화 2021. 3. 2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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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또 꿨다. 그 악몽이 자꾸 생생하게 떠올라서 야밤에 일기나 쓰려 한다.
오늘은 자기소개서에 ‘내가 살면서 이룬 가장 큰 성취’가 뭔지 쓰라고 해서 하루종일 참 고민스러웠다. 이제껏 내가 이룬 성취가 뭐가 있었더라.
성취라는 말이 두려웠다. 내 성취에 증거를 대야 하는 걸까? 나는 식빵 만드는 데 성공한 게 근래 최고의 성취였는데, 직접 만든 식빵이라도 어떻게?
고등학교 때 모의면접을 볼 때면, 면접관님들이 ‘너무 연극하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해 주었다. 아마 지금도 나는 그 연극 톤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난 연기력이 참 떨어져서, 내가 이룬 성취라든가 그런 것 대는 게 무척 어렵다. 그래서 나는 내가 부족한 걸 정상화시켰다는 식의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전화위복을 했다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겨내지를 못했는데 말이다.
법륜스님 유튜브를 봤더니, 스님은 내가 눈이 높단다. 오늘 불교 관련 구직란을 보니 부처님 곁에서, 절에서 쉬는 듯 일하고 싶다는 내용이 태반이다. 나도 이렇게 이 사람들처럼 도망가고 싶었다. 절로, 교회로. 하지만 신자 아니면 취직도 안 시켜주더라.
실상 매력이나 실력이 없으면 마음은 헐값이다. 꽃 한 송이로 사랑을 사는 게 내가 보기엔 어렵다. 구구절절 사연도 자기소개 자리만 차지하는 것 같다. 그 성취라는 녀석이 내 모든 걸 설명한다. 기본이라도 있어야 구애도 하는 것 아니겠나.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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