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탈모와 멘탈

취미와 문화 2021. 4. 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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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와 멘탈

20대 초반부터 이마가 넓었다. 젠장. 지금은 당연히 더 넓다.
처음 내가 탈모라는 걸 받아들일 땐, 너무나 다급했다. 그러나 똥물에 빠진 사람이 똥 무서워하는 법 없듯, 나는 이제 하나도 안 다급하다. 머리는 언젠가 빠지는 법이니까.
‘매력적인 대머리도 있어요!’ 안다. 근데 난 아니다. 나도 한 번 머리를 밀어 봤다. 다들 무서워만 하거나 머리에 어설프게 털 없는 부분만 본다. 젠장.
매력적인 대머리가 되는 여정은 참으로 험난하다. 머리가 있어도 매력적이기 힘든데, 과연 대머리가 매력적일 수 있는가? 특히 내가. 아, 나는 ‘그냥’ 대머리가 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탈모약을 느긋하게 섭취한다. 다급했던 시절에는 최대한 탈모 치료에 잘 듣는 약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놈의 생쥐 실험은 그렇게 잘 성공하면서, 왜 인간 머리는 실패하는지 모르겠다. 찾으려 찾으려 노력한 결과, 현재 먹는 탈모약이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검은콩, 미역, 탈모방지샴푸 다 구라다. 약 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그 중에 안타까운 케이스로, 약을 먹어도 머리카락이 우수수빠지는 축에 속한다. 젠장. 그나마 늦추는 게 다행인 것이다. 이제는 천천히 (모발의) 죽음을 기다리는 시한부의 마음일 뿐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내 머리카락이라고 영원하리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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