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근대사

조선 시대 양안 작성법에 대하여

취미와 문화 2022. 5. 1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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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안과 양전의 이해를 위해서는 우리가 직접 실무자의 입장에 서서 양전 진행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1. A땅을 양전했을 때, 양안을 작성하는 법

1. 제 x번째 땅 : 어디로부터 몇 번째인지는 불명확하다. 측량관이 다니는 순서를 나타내는 듯 하다. (ex.제 10번째 집) // 양전방향 : 동/서/남/북
2. 상대적 위치 : ex) 동쪽 민수네 논 / 서쪽 영희네 밭 / 북쪽엔 강 / 남쪽엔 도로. (광무양전 시 양안에는 논밭의 모양을 단순화한 도형을 같이 기재해놓는 편이었다.)
3. x결 x부 x속 : 결부법에 의거하여 비옥도를 나타낸다. 4. 길이 x척, 너비 x척 : 대개 길이는 측량관이 지나간 방향을 일컫고, 너비는 말 그대로 그 지나간 땅의 너비를 말한다. 측량관이 그것을 기록하면 그것의 넓이(무, 畝) 단위로 기록한다.
5. 소작권자(時作 시작) : 김개똥 // 소유권자(起主 기주 / 조선 후기로 갈수록 時主 시주로 표기) : 김동팔

여기에서 '소작권자' 부분은 조선전기에는 꼭 표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선후기 양안은 대충 보았을 때 소작권자, 소유권자 모두 기재된 것을 알 수 있었다.

* '소작권자'라는 용어에 대한 부가설명
조선후기에 형성된 소작권을 나타내는 '도지(賭地)'라는 용어가 있다. 도지는 큰 개념이다. 도지 개념에 포함되는 용어는 '도지권'이라는 권리, 소작료를 반타작하는 게 아니라 미리 정해놓고 주는 '도조법'이 있다. 도지권과 도조법 모두 '도지'라는 것이다.

고로, '도지' = '도지권'+'도조법'

1) '도지권' : 도지권은 조선후기 특유의 농민의 '토지 부분소유권'이라고 한다. 용어가 어려우니 쉽게 설명하자면, 그 당시에는 밭을 갈 수 있는 티켓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티켓은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빌려줄 수 있다.
보통 도지권이 형성된 밭은 소작료가 적다. 보통 지주에게 소작인이 바치는 금액이 50%를 넘는 병작반수제에 비하면, 도지권 형성 토지는 25~33%에 불과하다.
내가 소작권자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자. 내가 소작권을 가진 토지를 갈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소작권(도지권)을 판다. 나는 도지권을 산 사람에게 소작료를 50% 가까이 받는다. 나는 전체 생산물 중에 25%만 지주에게 내면 된다. 고로 노동 한 번 안 하고 생산물의 25%의 수익을 얻는다.

2) 도조법 : 병작반수제는 소작인이 열심히 농산물을 생산하면 지주에게 반을 줘야 한다. 그런데 소작인 중에 그 땅에서 꽤 유서깊게 농사지었거나, 소작 쟁의를 벌여서 지주에게 대우를 받는다거나 하면 도조법이라는 선택지가 열린다. 도조법은 도박/노름 (도賭) 글자를 쓰니, 미리 납세액을 정해놓고 풍작이든 흉작이든 지주와 합의한 만큼만 내는 도박을 하는 방법이다.


2. 이번 년도 9단계 등급 확인하기(연분 9등)
세종 이후 전분6등, 연분 9등법 이후 양전은 결부법(비옥도 조사 기준 중 하나)에 의거한다. 결부법은 해당 지역의 날씨 조건은 같고, 토지의 질이 다른 것을 전제로 조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상상년(上上年)일 경우 1결당 세곡(세금으로 내는 곡식) 20두를 걷으면 된다.

상상 상중 상하 중상 중중 중하 하상 하중 하하
20두(결당) 18두 16두 14두 12두 10두 8두 6두 4두

 

* 조선후기 인조 시기(1635년)에 연분 9등법의 '하하년(下下年)' 만큼인 1결당 4두로 고정되었다.

3. A땅을 양전하러 출발하기(방향 정하기)
아메바 모양의 농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거나, 멀찍이 떨어져있다. 조선의 농지는 보통 다 그런 모양이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농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A 땅도 마찬가지로 아메바 같은 모양으로 다른 땅 사이에 끼어있다.
측량관은 일단 수령의 명령을 받아 관아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부산 중앙동을 양전하고 싶다. 보통은 부산 관아에서 나올테니, 양전 방향은 일단 관에서 가까운 게 1번일 터이다. 부지런히 걸어간 측량관은 일단 A 땅 앞에 섰다.

3. 전문가와 토질 상담하기(전품 정하기)
세종대왕께서 땅을 6등급으로 나누어, 등급별로 다른 자로 측량하라고 하신다. 전분6등법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측량관 입장에선 매우 골치아프다.
1) 토질을 정한다 : 측량관이 알수는 없으므로 현지의 믿을만한 토질전문가를 불러 자문을 받는다. 그래봤자 이 토질전문가가 전문 관료는 아닐 터이다. 그것도 마땅찮으면 측량관 스스로 답험할 것이다. 세종 시기의 원칙은 관답험이기 때문에, 언제든 주체는 관료가 되어야 한다. 토질이 산출되었다. 가령 1등전으로 산출되었다.
* 1결 = 100부() = 1000속(束, 볏단 하나)

 

1등전 2등전 3등전 4등전 5등전 6등전
1결 = 38묘(무, 畝) 1결 = 44.7묘 1결 = 54.2묘 1결 = 69묘 1결 = 95묘 1결 = 152묘



2) 양전척을 정한다 : 양전은 좋은 땅일수록 짧은 자로 측정하고, 나쁜 땅일수록 긴 자로 측정한다. 좋은 땅일수록 곡식이 더 빽빽하게 달리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땅이라는 가정 하에 [4척 7촌 7푼 5리 짜리 1등척(尺)]을 들고 측량을 하기로 한다.

 

* 1등전 척 : 4척 7촌 7푼 5리 / 6등전 척 : 9척 5촌 5푼 => (토질이 나쁠수록 양전척의 길이가 길어진다. 자연스럽게 측정되는 결수도 줄어든다.)


4. A땅을 가로지르며 척(자)로 측량하기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수등이척제”에 따르면 [1등척 길이(가로 길이) x 1등척 길이(세로 길이 혹은 너비) = 1결]이라고 한다.

땅의 가로지르며 길이(척)를 잰다. 또한 그 너비(척) 또한 잰다. 길이와 너비를 구했으니, 이제 결수를 구할 때이다. 척 단위로 무 단위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른다. 다만 조선의 관료들은 수학을 할 줄 알았다. 도형 넓이를 구할 줄 알았던 것이다.
문제는 A땅이 아메바 모양이라는 것. 하지만 걱정마라. A땅을 적당히 사각형 모양이라고 간주하고, 사각형이 지나치게 크면 조금 그 크기를 적게 기록해주면 될 일이다. 실제로 광무양전 양안에는 사각형 모양, 사다리꼴 모양 등 밭의 모양이 계산하기 쉽게 기록되어 있다.

5. 결산하기
자, 계산해보니, 결수가 정해졌다. 김서방네 A땅이 총 1결이라고 칠 때, 연분 9등법 표를 확인하여, 해당년도 조세율에 따라 수취한다. 올해가 상상년이라고 이미 말했으니, 올해 김서방네 A 땅에서는 20두를 걷는다. 이 때, 밭은 잡곡류를 주로 걷고, 논은 쌀을 주로 걷는다.

 

 

* 해당 분야 전공자가 아니므로, 틀린 게 있을 수 있습니다. 틀린 부분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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