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울증이 심할 때 유의점

취미와 문화 2022. 6. 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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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우울증을 이겨내는 법은 다를테다. 이 글은 그냥 글쓴이의 자기 주관으로 쓰인 글이다. 적당히 걸러듣자.

1. 어차피 남들은 내 이야기 공감할 의지가 없다는 걸 알자.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는 이유는 단 두 가지다.
1) 흥미가 돋아서.(70~80%는 기회가 된다면 ‘진짜 친구’에게 내 이야기를 가십거리로 사용한다)
2) 남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자신에게 도취되고 싶어서. 정말 친한 친구일 경우에도, 조언을 해주려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조언은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그 조언이 통하지 않는 이유를 내 의지부족으로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을 이해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3) 상대가 우울증 환자일 경우, 내 이야기를 들어준 후에야 자기 우울을 뽐낼 수 있기에 기꺼이 들어준다. 우울증 환자마저도 자신의 아픔에만 관심이 있지, 남들의 증상에 대해서는 전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남의 일이니까.
4) 가족일 경우, 특히 엄마일 경우에, 죄책감 때문에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우울증에 무지하므로, 정신력, 의지력 따위를 주제로 인생강의를 하실 때가 많다. 가급적이면 지양하자.
5) 인터넷에 내가 우울한 이유를 적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댓글은 자기가 힘들었던 일을 회상하며 적당히 응원하거나, 가끔 한두명씩 ‘정신력이 약한 놈’이라며 질타를 하기도 한다. 후자는 직접적으로 내 가슴에 대못을 박는 유형이지만, 전자는 잠시 내 마음이 위로받았다고 착각하게 한다. 그냥 정신건강을 위해 커뮤니티에 글쓰는 건 피하도록 하자.

결론적으로 우울증을 풀기 위해 주변의 일반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다.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해. 진짜 내 편이 아무도 없어.”라는 생각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다.

2. 지역 심리상담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는다. 아마 별 도움이 안 될 거다. 글쓴이는 상담원과 싸우고 나서, 차라리 병원에 가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상담기법이란 게 의외로 단순하다.

Q. 뭐가 힘들었나요?
A. 또래 애들이 괴롭히고… 집안도 힘들고…
Q. 아 그렇군요. 세상이 날 괴롭히는 것 같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A.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 나쁜 생각을 한 번 외면해보세요. 나쁜 기억이 들면 숫자를 센다거나 …
A. 소용없는데요? 상담사님은 우울증을 겪어 보셨어요?
Q. 지금 너무 흥분하셨어요.
A.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 도움이 안 돼요. 이런저런 나쁜 기억이 또 계속 떠오르는데, 다른 방법 없나요? (무한반복)

운이 좋은 사람들은 상담사가 자기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줬다는 데에 기분이 풀려 우울증이 나아졌다고들 한다. 글쓴이는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매번 화만 났다.

어쨌건 심리상담센터에서는 상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충동 등을 체크하는 검사지가 있다. 그건 나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에 유용하며, 향후 정신과에 방문했을 때 의사가 내 상태를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3. 정신과는 마지막 순서로 찾곤 하지만, 첫째로 찾아야 할 곳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상담을 위한 상담이 아니라, 진료를 위해 상담을 한다. 나의 병명을 체크하고 약을 처방한다.
약이 잘 들면, 기분나쁜 생각들은 완화된다. 다만 지역 심리상담사와 쿵짝이 잘 맞는 분들은, 정신과 특유의 짧은 상담과 안맞을 때가 많다. 그러므로, 정신과에서 약을 타고, 심리상담센터에서는 검사 데이터를 모아 정신과에 계속 보고를 해 주는 편이 좋다.

* 이렇게 정신과, 심리상담센터를 전전하는 데에도 조금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 겪은 모든 불합리, 인간관계로 인한 피해 등이 모두 ‘내 정신병 때문이다’라는 생각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 자신과 나의 정신병을 따로 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지만.

* 나에게 피해 준 사람에게 복수하기 : 잠시 기분은 좋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쁘게 작용할 수 있다. 복수의 과정에서 인간관계는 더욱 파국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복수심에 못이기겠다면, 극단적 방법 외에 방법을 잘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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