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악역에 대한 징벌

1. 가벼운 코미디 : 악역이 주인공 일행에게 피해를 끼쳤기에, 악당들에게 적당한 아픔을 주고 복수해준다. 이때 독자들은 주인공과 악당들이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야 한다.

[만화영화 포켓몬스터]
피카츄를 잡아가려는 로켓단 - 에피소드에서 다루는 포켓몬의 활약으로 피카츄 해방 - 피카츄가 백만볼트로 로켓단을 퇴치

로켓단은 백만볼트를 맞아도 폭탄머리가 될 뿐이지, 절대 화상을 입어 고통받지 않는다.

[TV 시트콤, 유튜브 개그 채널]
등장인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지 않지만, 이따금씩 눈쌀 찌푸려질 만한 습관을 가진 악당이 등장 - 주인공들은 그 버릇을 고쳐주고자 악당에게 골탕을 먹임(악당의 행동 그대로 따라해서 거울치료하기, 나쁜 행동 책임지게 하기, 부끄러움 주기 등) - 악당이 반성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하기 / 악당이 습관을 고치지는 않았지만 귀여운 새로운 버릇을 얻게 되면서 마무리.

이때 악역에 대한 징벌은 재치있으며, 가학적이지 않아야 한다. 즉 악역을 억지로 괴롭힌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되며, 나쁜 습관을 역이용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짜야 한다.
가령 해병 흉내내며 여동생을 괴롭히는 군미필 오빠가 있다면, 다양한 골탕먹이기 방법이 있다. 소풍인 척 속이고 3일짜리 해병대캠프에 보내 오빠를 정신차리게 해 주거나, 해병대 간부 출신 삼촌에게 부탁해 해병 체험 프로젝트를 기획해준다던가 하는 식이다.

2. 악역의 자멸
악역이 너무나 강력할 경우, 악역이 세계 질서를 위협하지 않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한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증오에 빠진 악당 등장 -> 주인공의 설교 -> 해결

- 살인을 정당화하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악당 등장 -> 전쟁 중에 나타난 어떤 의외의 사람으로 인해, 악당이 깨닫는 바가 있었음 -> 주인공과 싸울 의미 상실

- 악당은 소중한 무언가/누군가를 위해 전쟁을 벌임 -> 전쟁의 광기에 빠진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소중한 무언가/인물을 잃게 됨 -> 악역의 절망, 신념의 붕괴

이런 과정을 거쳐 주인공 일행은 일을 해결하거나, 상황 밖으로 구출된다.
이런 자멸하는 악당의 특징은, 그는 청소년같이 가치관이 제대로 완성되어있지 않거나, (흑막 등) 남들에게 가치관을 주입당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악당 역시 진짜 자신만의 혹은 정의로운 가치관을 얻으면서, 악당으로서의 빛을 잃고, 하나의 인간상으로서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3. 복수 혹은 사이다 전개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당, 더 영특하게 복수하는 주인공
- 이런 플롯의 시작은 오만한 재벌집 아들, 언론을 이용해 꼼수를 부리는 라이벌 기업 총수, 나를 잘라낸 상사 등 누가 봐도 나쁜 녀석이라고 공감할 수 있는 이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어설프게 대항하지만, 악당에게 치명타를 날리지 못하고 패배한다. 오히려 대항하려는 그 노력이 주인공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 각성 : 후회 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회귀), 10년짜리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한다거나. 이런 과정을 통해, 마냥 착하고 올곧던 주인공은 ‘악바리’가 된다.
- 주인공이 각성하는 동안, 악당은 승승장구하느라 바빴다. 그러니 주인공 같은 미물들은 이미 기억 속에 없다.
- 이후 달라진 주인공을 만나는데, 여전히 악당은 남들 깔보는 버릇 못 버렸다. 주인공은 속으로 비웃으면서 그를 예의바르게 대한다.
- 악당에 비해 똑똑한 그의 조력자는 주인공의 속내를 간파하여 경계한다. 하지만 오만한 악당이 그의 말에 귀 기울일 리 없다.
- 결국 악당은 자신이 오만할 수 있던 조건들을 모두 주인공에게 빼앗긴다. 주인공은 폭력적이지도 않고,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그것들을 빼앗아냈다. 게다가 악당이 과거 주인공에게 저질렀던 짓들이 세상에 알려진다.
- 초라해진 악당의 모습을 보여주며 에피소드 엔딩. 이 악당이 이후 재활용된다고 해도, 극을 질질 끄는 느낌을 주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