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이고깽(이세계에 떨어진 고등학생이 깽판치는 장르)물'의 플롯을 초반 위주로 정리해보자. 클리셰 모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주인공의 위기이자 기회로서 존재하는 이세계]
이세계는 보통 서양 중세 봉건사회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배경이 있긴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 귀족층의 오만, 인물들의 운명이 정해져 있음 등의 나쁜 조건으로 사람들이 고통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이세계가 아니라 진짜 역사 속/과거라고 한다면, 그것들을 바꾸기에는 너무나 어려울 것이다. ‘역사’ 속으로 들어간 주인공이 히로인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히로인을 데리고 도피하는 정도 밖에 안 된다.(대체역사물은 제외) 오히려 주인공이 돌입할 배경이 '이세계'이기에, 사람들은 쉽게 주인공에게 감화된다.
이세계에 위와 같은 클리셰 적인 '적폐'가 있기에, 이세계에는 주인공이라는 변수가 등장해야 한다. 주인공은 겉으로는 음침하지만, 곧은 심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적폐를 처부술 수 있다. 주인공이 그 적폐를 처부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반드시 '동료'라는 요소가 그 한 축이 되어야 한다. 가령, 소수자(노예 동물인간)에게 동료가 되자고 하는 것, 친구를 괴롭히는 오만한 배불뚝이 왕자님이 울며 용서를 구하게 하는 것, 모험가가 되고 싶은 어떤 나라의 공주를 데리고 모험을 떠난다는 것 등이다.
1. 왕따, 고립을 겪고 있는 오타쿠 중/고등/대학생
- 주인공은 인간관계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 주인공은 부모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2. 주인공이 갑자기 죽거나, 이상한 빛을 마주하면서 이세계로 떨어짐
- 주인공에게 새로운 능력을 쥐어주는 데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부분이다.
- 주인공이 '부모'라는 방어막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위기를 극복해야만 하는 조건을 형성한다.
3. 이세계에서 여러가지 실패를 겪는다.
- 주인공은 자신의 무능을 깨닫는다. 이때까지 주인공은 전에 있던 현실과 마찬가지로 나약한 존재이다.
- 위기를 맞는다. 그런데 그 때, 이세계에 오면서 얻게 된 새로운 능력을 발견한다.(빠른 성장, 타임루프, 현실에서의 기술을 나만 알고 있음, 평소에 꿰고 있던 게임(이세계)의 시스템이나 전개과정이 이세계에서도 똑같이 작용함을 깨달음.)
- 하지만 주인공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고, 이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혼자이기 때문이다.
4. 메인 히로인 혹은 제일 소중한 첫 동료를 얻게 된다.
- 주인공의 능력은 너무나 강력하다. 고로 주인공은 홀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 소중한 동료가 될 예정인 인간이 등장한다. 그/그녀는 주인공이 전생에서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 트라우마는 보통 이세계의 적폐 때문에, 편견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안 그런 척, 쿨한 척 해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우리의 주인공은 그/그녀를 구한다.
- 이세계에 오면서 얻은 능력을 잘 사용한 주인공은, '(전생에서와 달리) 드디어 남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 보았다'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을 시켜준 그/그녀는 메인 히로인이 된다.
5. 제 2의 히로인 / 여타 동료들을 얻게 된다.
- 주인공은 아직 완전히 인간관계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여 홀로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편이다. 다만 문제해결력은 좋다.
- 메인 히로인은 남들에게 호의적이다. 문제해결력은 좋지 않지만, 남들과 협력하는 능력이 좋다.
-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은 서로의 모습에 동경심과 호감을 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주 싸운다.
- 이세계의 적폐로 인해 고통받던 제 2의 히로인 / 다른 동료 후보가 등장하여 구해달라고 한다. 새로운 문제가 제시된 것이다.
1) 만약 홀로 사건을 해결하기 좋아하는 주인공이 일을 전부 해결할 경우, 메인 히로인은 풀이 죽으며 사이는 조금 틀어진다. 그것도 나중에 '주인공아, 너 혼자 짊어지지 마! 나에게도 의지해줘!'라는 히로인 중심 에피소드가 등장할 포석이 된다.
2) 만약 메인 히로인이 해결한다면, 주인공은 메인 히로인의 인망을 인정하고 감화된다.
3)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이 너무 갈등한 결과, 미션이 실패 한다면 새로운 적이 만들어진다. 제 2의 히로인이 되려 했던 녀석은 오히려 앙심을 품고 적이 된다. 최소한 그/그녀는 주인공 일행에게 죄책감은 심어준다.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은 미션 실패로 사이가 소원해졌다가, 두 사람은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 제2의 히로인의 기분을 풀어준다.
6. 라이벌이 등장한다.(먼치킨물일 경우, 싸움/지략만은 주인공을 절대 능가할 수 없을 만큼 뒤떨어진다.)
- 라이벌은 꼭 인상 나쁘거나, 인정사정보지 않는 캐릭터일 필요는 없다. 다만 주인공이 인정사정보지 않고 시원시원한 캐릭터라면, 라이벌 역시 그런 성격일 확률이 높다. 언젠가는 분명 주인공과 등을 맞대고 서서, 다수의 적과 마주할 것이니 말이다.
- 다만 라이벌은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힘을 가졌을 수 있다. 어쩌면 주인공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졌다.
- 라이벌은 잘생겼을 확률이 높다. 반면 주인공은 주로 못생겼다고 평가받으므로, 그 방면에 주인공이 그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 라이벌은 주인공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다. 메인 히로인을 비롯한 여러 동료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거나, 콧방귀를 뀌며 외면하지만 사실 부러워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7. 패턴의 반복
항목 3~5의 반복으로 주인공의 성장을 강조하거나, 새로운 동료를 얻는다.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해결하고 나면 플롯이 끝나버리므로, 악의 무리들은 계속해서 주인공과 메인히로인을 떨어뜨려놓거나 이간질한다. 만약 문제를 주인공이나 메인 히로인 혼자 해결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생기며, 서로가 서로를 직간접적으로 도우며 해결한다.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이 각자의 수련의 시간을 가진 후 새로운 능력/무기를 얻게 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긴 한다. 하지만 파워인플레의 주요 원인이 되곤 한다.
8. 최종보스를 퇴치함
이렇게 모은 개성있는 동료들의 협력, 희생으로 이세계의 적폐를 무너뜨린다. 적폐는 막상 마주하기 전까지는 엄청난 임팩트를 뿜어내지만, 진짜로 싸울 때에는 오히려 긴장감이 풀리는 것이 문제이다. 소년만화에서는 최종보스로 인간형의 괴인을 자주 등장시키는 편이다. '한 번의 터치로 육체를 무너뜨리는 힘', '한마디 말로 모두의 정신을 붕괴시켜버리는 힘' 등 막강한 힘을 자랑하지만, 주인공 일행에게 너무 두드려맞은 나머지 인간형을 잃고 촉수괴물로 변신한다. (보통 이때에 악역은 매력을 잃는다.)
한편 주인공과 일행은 잠시 위기를 겪는 듯 하지만, 주인공 일행 중 한 명이 막대한 희생을 하여 주인공 일행을 위기에서 구한다. 그리고 기합, 협동심, 사랑, 우정의 힘으로 촉수괴물의 핵에 전설의 검을 꽂아넣는다. 여기에서 누구를 희생시킬지가 관건이다.
- 주인공이 자신의 목숨 이외의 것을 포기하고, 최종보스를 퇴치하는 데에 성공한다.
- 메인 히로인이 목숨을 포함한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최종보스를 퇴치하는 데에 성공한다. 여기에서 절대적 누군가가 소원을 이뤄주거나, 최종보스가 반성하는 등 해서 메인 히로인의 소중한 무언가를 돌려주는 식이다. 만약 이렇게 돌려주지 않는다면, 메인 히로인은 주인공과의 사랑을 선택한다.
- 제2의 히로인을 포함한 여러 인물들 중에 한 명 이상이 목숨을 내놓는다. 이로써 주인공 일행 각성의 제물이 된다.
- 아무도 죽지 않고 훈훈한 결말을 맺는다.
9. 주인공은 동료와 함께 이세계에 남거나, 이세계에 갇혀있던 동료들이 현세에 직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어떻게든 재회시키며, 주인공의 인간적 성장을 강조하며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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