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 소설쓰기 : 서스펜스 - 긴장감 형성하기

취미와 문화 2022. 6. 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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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의 조건]
다음은 서스펜스에 대해 글쓴이 나름대로 분석한 글이다. 서스펜스는 긴장감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가끔 스스로 긴장감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전혀 흥미를 유발하지 못할 때가 있다. 글쓴이 역시 그런 문제에 부딪쳤다. 그러므로 초보적인 단계부터 서스펜스를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본 글은 글쓴이의 뇌피셜이다. 적당히 걸러들으면 좋겠다. 예시나 설명이 틀린 것 같으면 지적 부탁드린다.)

* 위기가 다가오는 것, 위기 끝에 다가올 수 있는 파멸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
* 위기가 만약 주인공이 기존에 경계하고 있던 성격이라면 서스펜스를 기대할 수 없다.
* 관객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주체는 여럿 나눌 수 있다.

* 독자도 공감 가능한 위기(죽음, 파멸, 수치 등)
1) 극단적 위기 그 자체가 스스로 다가옴 : 폭탄에 달린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시계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유용한 장치이다. 사실 범인이 주인공을 죽이는 데에 폭탄용 시계는 필요없다.
2) 파멸에 다가가는 주인공 일행의 행동(금기행동) : 폭탄이 있는 줄 모르고,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한다.
3) 주인공 일행의 탈출을 방해하는 온갖 사물과 인물

짧은 예시. 군인이 패닉에 빠져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금기행동) 그런데 떨어지는 포탄의 궤도가 주인공쪽으로 다가온다.(위기가 다가옴) 군인의 귀가 멀어버린 탓에, 주인공은 포탄이 다가오는 줄 모른다.(장애물)

긴 예시. 주인공이 행하면 안 되는 일(금기)을 해야만 하도록 만들고, 금기를 벌해야 하는 자가 다가오는 이야기.
1) 신라 말기, 묵언 수행을 하던 스님A가 있다. 스님A는 지역의 유력 성주(호족)의 불교적 스승이었다. 그에게 불교를 포교했고, 선불교 규율의 엄격함을 가르쳤다.
스님A가 묵언 수행을 한지 어언 999일째. 1000일을 채우면 묵언 수행이 완료된다. 묵언 수행을 실패할 시에는 로, 절을 나가야 한다. 만약 수행에 실패한다면, 지금까지 스님A와 그 집안을 후원하던 유력 성주는 분노할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배신감에 A를 죽일 수도 있다. 그런 중요한 묵언 수행이 잘 진행되는지 감시하기 위해, 꼭 수행자와 함께 누군가 2인 1조로 행동한다. 동행하는 사람은 스님B이다.
그때 절에 한 노인이 올라온다. 노인은 스님A의 아버지이다. "얘야, 오늘 네 어미 병이 악화되어 죽겠다 이놈아."
그 말씀 때문에 스님A는 집에 몸져누운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어머니는 주인공 스님A를 절에 넣어 인맥을 만들어주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했다. 평생 A를 위해 고생만 했던 어머니였다. 만약 A가 절에서 나간다면
하지만 죽음을 앞둔 어머니는 누워서 스님A에게 말한다. "마지막으로, 아들 목소리 한 번 들어봤으면..."

: 일반적인 갈등상황이며, 서스펜스는 없다. 주인공은 자기에게 다가오는 위기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어머니가 죽을 것이라는 제약, 어머니의 '목소리 들려달라는 부탁'은 주인공에게 죄책감과 갈등을 부여하는 장치이지만, 서스펜스의 근본적 원인은 아니다.

2) 스님A의 묵언수행을 감시하던 다른 스님B는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려한다.
스님A는 스님B의 호의를 사양하며 일어서려는 그를 붙잡았다.
하지만 스님B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자네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최소한의 배려를 베풀고싶네. 우정의 증거로서 이 순간만은 자네는 수행자가 아닌 어머님의 아들이 될 수 있도록 자네를 지켜주도록 하지. 내가 아무리 불자라고 하나, 우정이 현생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믿는다네."
"아닐세. 나는 부처님과 약속했다네."
스님A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사양했다.
스님B는 사양하는 그를 애써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처님께서도 이해해주실 것이네. 부처님과 자네와의 가족만이 자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밖을 지키도록 하겠네. 안심하게."
스님B가 밖으로 나서자, 스님A의 아버지는 그를 더욱 보챘다.
"얘야, 네 어미가 이제 곧 죽나보다. 제발 한 마디만 들려다오."
정말 어머니의 숨소리가 색색거리며 가늘어졌다.
몇 분의 실랑이 끝에, 스님A는 한숨을 내뱉곤 어머니에게 무어라 속삭이기 시작했다.
스님A는 울며 뭐라 칭얼거렸다.

: 친구인 스님B가 주인공을 안심시키면서 서스펜스의 조건인 금기행동(묵언수행을 깨뜨림)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이제 무방비하게 위험에 노출되었다. 주인공의 염려 밖의 위기를 다가오도록 만들면 된다. 한편 스님B는 모든 책임의 소재가 되었으므로, 위기를 온힘을 다해 막아주어야 한다.

3) 한편 스님B가 주인공의 집밖으로 나가자마자, 주름이 자글자글한 주지스님이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엥? 이 작자가 왜 여기 있지?'
스님B는 당혹스러웠다.
주지스님이라는 인간은 유력호족과 친분이 있는 스님A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그래도 바깥을 이렇게 잘 돌아다니는 인간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A스님의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고 들었는데, 내가 직접 와 봤지. 자네가 여기 있는 걸 보니, A스님은 속세의 연을 끊지 못하셨나보군."
주지스님은 저벅저벅 주인공 스님의 가족이 있는 방문 앞에 섰다.
집안이 조금 소란스럽기에, 주지스님은 인상을 찌푸렸다. 주지스님은 발걸음을 떼었다.
B는 그때 집안에 걸어들어가려는 주지스님을 다급히 잡고 이야기한다.
"저는 A가 알아서 계율에 따라 묵언하리라 믿습니다. 그는 자기 목에 걸고 맹세를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저 소리는 무엇인고?"
B는 식은땀을 흘리며 핑계를 대려 한다. 하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슨 소리를 말씀하십니까?"
"자네는 내가 귀머거리인줄 아는군. 자네도 일부러 큰 소리 내지 말게."
주지스님은 다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간다.
어느 새 집안에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A의 가족이 있는 방이 코앞이다.
"스님! 이젠 됐습니다. A는 결단코, 제 이름에 걸고 수행을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지스님 왈,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네. 여기에 온 것 자체로, A는 속세의 인연을 끊지 못했다는 것이 증명되었지. B 스님께서 그리 믿으신다면, 내기 한 번 해 보는 게 어떻지? A가 수행을 실패하면 자네 B도 절을 나가는 것이네."
B 왈, "좋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문 앞에 섰다.
남자가 우는 소리가 컸지만, 이게 아버지의 울음 소리인지, 스님A의 울음소리인지 구분은 가지 않는다.

: 여기에서 B의 존재는 주지스님을 막아서는 존재라기보다는, 주지스님(주인공의 위기)가 다가가고 있다는 걸 표시해주는 역할을 부여해보았다. 즉, 주인공 모르게 시간이 흐르고 있는 시한폭탄에서, 시계의 초침 격의 역할을 부여했다. 한편 울음소리라는 요소로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표현해보았다. 서스펜스에서 주인공이 다가오는 '위기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과 함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4-선택 1) 주지스님이 문을 열고 들어가, 말을 하고 있는 스님A에게 책임을 물리고, 스님B에게도 내기한 대로 책임을 물린다. 쫓겨난 두 사람은 새 길을 걷게 된다. 그 중에서도 스님A는 수행실패의 후유증이 극심하다. 스님A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스님B를 다소 못믿게 되고, 스님B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가장 친한 친구인 스님A를 따라나선다. 이런 식의 심경변화, 갈등의 골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뒤에 배치한다.
4-선택 2) 주지스님이 문을 열어젖히려 하자, 위기를 넘기기 위해 스님B는 주지스님의 입을 막고 납치한다. 스님B는 우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이로써 이후 더 큰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4-선택 3) 반전 : 문을 열어 들어가보니, 스님A는 말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울음소리는 아버지의 것이었다. 이로서 다른 위기가 발생하지 않으며 주인공 심정의 변화만을 강조해야 한다. 주지스님이 스님A를 다시보게 되고, 스님B는 오히려 자신을 믿지 않은 스님A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등. 스님A는 스님B를 은인으로 생각하고, 스님B는 스님A를 오히려 못미덥게 생각한다. 이후 에피소드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나아가게 할 것인지 생각한다.

* 첨가 :
- 주인공 스님A가 수행실패를 할 경우에는 그 대가가 버겁다. : 유력 호족의 믿음을 배신함. 절이라는 자신의 출세길을 포기함, 어머니의 노력을 배신함 등.(* 주인공 스님A의 수행실패의 대가는 독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소설이라면 모르겠지만, 가령 '부처님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주인공이 절망한다는 이야기는 평범한 독자는 몰입하기 어렵다.)
-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금기행동을 취한다 : 주인공의 금기행동(묵언수행을 깨뜨림)은 결국 주인공의 선택이지만, 독자는 주변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느껴야 한다. 만약 주인공이 금기행동을 생각없이 자의적으로 깨뜨렸다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준다면, 그는 독자들에게 '멍청이'로 비칠 것이다.
- 주인공의 금기행동은 물리적/물질적으로 그 흔적이 남는다면 이야기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가령, 추노의 업복은 여러 사정으로 노비로 전락하여, 다시 자유를 찾기 위해 도망노비가 된다.(금기행동) 그 결과 얼굴에 도망노비 표식을 새기게 되었다.(금기행동의 대가 - 조선에서는 다시 양인이 될 수 없게 됨.) 이로서 업복은 조선을 무너뜨리려는 음모에 가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 작가는 금기행동을 벌하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독자/관객에게 계속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샤워실에서 불투명한 유리 너머에 수상한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지만 주인공은 모른다거나, 시한폭탄의 초침이 점점 돌아가고 있다거나.

이 극에서 순서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주인공이 금기행동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환경이 강요함.
- 주인공이 금기행동을 저지름.
- 주인공의 꼬투리를 잡고 그를 징벌하고자 벼르는 사람이 등장.
- 주인공의 금기행동이 들키기 직전.
- 해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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