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오리지널, 오리지널리티

취미와 문화 2021. 3. 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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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에 나온 내용이 흐릿하게 기억이 난다. 오랜 기간 쌓인 나의 작업물만이 나의 오리지널이라고.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청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에 따르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 그저 시간을 잃어버린 것인지.
언젠가 사이비 종교의 사람이 나에게 포교를 한 적이 있다. 말이 좋아 포교지, 완전 함정이었다. 나는 그 함정에 빠져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있었다.

“삶에는 잡힐듯 잡히지 않는 줄기가 있어요. 컨설팅이리도 한 번 받아보실래요?”

“그 줄기를 누가 알려주죠?”

“제가요.”

이 대답만 아니었다면 여러모로 흥미로울 수 있었지만, 김이 확 샜다. 나의 오리지널리티를 이 인간이 나에게 어떻게 알려준단 말인가. 그가 말하는 줄기라는 게 진리라는 것이겠지만, 난 진리에 관심이 없다. 난 나의 정체성에만 관심이 있다.
진리와 미래를 안다고 믿는 사람들은 오히려 현재를 모를 것이다. 아니, 시시하다고 느끼기도 하겠지. 진리를 알면 모든 게 내 손 바닥 안에 있을테니. 하지만 나는 이 현실이 정말 새까맣고 단단한 현실이라는 걸 안다. 한 측면에서는 똥과 냄새가 존재하기에 의미가 있기도 한 게 현실이라는 걸, 나는 안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낙인처럼 받아들인 나는 텅 빈 청춘이 된 것 같았다. 청춘이라는 말도 점점 빛이 바래지는데, 과연 나는 텅 빈 무엇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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