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페미니즘)과 타 운동의 결합 가능성이란?
나는 마르크스를 즐겨읽는 동아리에 들어있었는데, 시민단체에서 사회주의 그룹과 여성주의(페미니스트) 그룹의 충돌을 볼 수 있었다. 꽤 재미있는 충돌이다. 사회주의 측은 노동자 여성들을 노동자로 인식하고, 여성주의 측은 노동자 여성을 여성으로 인식한다. 과연 이 간극은 메워질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다원주의라고 하는 것은 그 간극을 메울 수 없는 나머지, 생각을 멈추어버린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물자체에 대해서는 그 본질을 잘 해명해 낼 수는 없다는 입장을 지지하는 편인데, '사회'라는 것을 어떻게 어떤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여성(운동)은 동질적이지 않다. 여성운동은 여성노동자 운동과 여성해방운동(페미니스트)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까지 잠정적으로 정리된 여성 노동자 운동은 '맑스 이론을 기반으로 사회 전체 불평등이 해소되면 여성들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라는 큰 틀에서 여성 문제를 본다. 이런 주장을 하는 여성운동자들은 혁명을 통해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주의국가 건설이 사회적 불평등과 모순을 일시에 해소할 것으로 보고 여성들 안에 존재하는 차이, 계급들 내부에 미세한 차이 등은 부차적인 문제로 본다. ... 여성해방운동자(페미니스트)들은 여성 노동자 운동들이 '남성들의 처지와 비슷하게 자신들의 처지를 향상하고자 할 뿐이다'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들은 남성들만이 전유한 권력과 통제구조에 여성이 들어가고,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해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이런 지점을 지적하면서, 페미니스트 운동은 '여성 노동자 운동과는 좀 다른 여성들만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춘다.' 즉 여성들도 남성과 같게 운동 주체가 되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따라서 전략적 방법으로 '외부세계에서 더는 대안을 찾을 수 없다'고 인식한 여성들은 자신이 속한 곳에 은밀하고 당연한 듯이 작동하는 삶의 방식인 '성적 체계'를 바꾸고 변화시키려 한다. 즉, 남녀에 작동하는 전통적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 - 임경희, <여성주의, 여성운동, 그리고 룩셈부르크>, <<로자 룩셈부르크>>, 현대사상연구소, 2019. pp.69~71.
나는 인터넷 페미니즘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인류 최초의 차별'이라는 말을 본다. 그게 진짜인가, 가짜인가 누가 규명할 수 있겠는가. 어떤 학문이든 간에 사고가 정지하는 상태가 있으며, '공준', '대전제'라는 형식으로 신념화된다고 본다. 이것은 논증할 수 없기에 공준이고, 대전제라고 생각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인류 최초의 차별이라는 구호의 범주는 매우 넓다. 인터넷에서 접한 페미니즘은 너무나도 그 범주가 모호해서, 사회학자와 여성학자들의 글을 더 많이 접해보아야 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류는 소중하다'라는 대전제 역시 쉽게 논증되지 않는다. 어쩌면 신학의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논증 방식은 아닐 테다. '인류는 소중하다'라는 대전제 아래 파생되어 나오는 것은 '여성은 소중하다'라는 것이다. 여성은 소중하다. 당연하다. 또 거기에서 한 단계 더 파생된다. "여성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있다" 내 입장에서 볼 때는 어쩌면 맞고, 어쩌면 틀리다. 베버가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했던 교조성 비판에서 볼수 있듯이, 목적을 위해 근거를 선별적으로 수집하지 않는 이상 오류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외면하거나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는 이상, 특히 실천적 학문이란 굉장히 불안정한 논리적 기반 위에 있기 쉽다. 그래서 학자는 겸손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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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맑스주의와 페미니스트 사이에 일어나는 간극, 즉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가 노동자가 아래에 있느냐, 여성이 아래에 있느냐. 이것을 단지 프레임의 차이 문제로 치부하고 타협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걸까. 물론 나는 맑스주의자(노동자 편)도 아니고, 페미니스트(여성의 입장)도 아니지만, 이 타협을 포기한다면 다른 분야와의 타협도 포기해야 될 것이다. 아니면 정치적인 임시 결탁은 가능할지라도, 논리적인 타협은 불가능할 테니. 타협이 불가하다는 건 보통은 강요적인 상황으로 흐른다. 유럽 사람들이 남아메리카 사람들을 크리스챤이 아니라고 짐승 취급 했던 것처럼 말이다.
'사회'개념에 대해서 이 지점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란 무엇인가' 여성들의 사회인가, 노동자들의 사회인가. 이 범주들의 싸움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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