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패왕별희의 샬로(스포일러)

취미와 문화 2021. 3. 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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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의 샬로

나는 패왕별희의 샬로를 볼 때에 슬프다.
어린 샬로는 강직함이 있었다. 이마로 벽돌 깨는 게 장기일 만큼, 그는 그에게 주어진 고난을 용감하게 이겨낼 수 있을 만큼 단단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대배우가 된 샬로. 샬로는 정말이지 돈 걱정도 미래 걱정도 없이, 여자 만나기에 혈안이었다. 물론 쥬샨이라는 소중한 여자를 만났기도 하고, 그 과정은 로맨스로 가득했지만, 사실 그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고 천박하다고 보여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 결혼의 끝이 그래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쥬샨은 매춘의 굴레를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끝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파멸했다. 샬로는 로맨스로 모든 걸 덧칠하려 했지만, 현실은 광대와 매춘부의 사랑일 뿐이었다. 샬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얼렁뚱땅 넘어가기 위해 이마로 돌을 깨는 것도 세상의 풍파가 거칠수록 무의미해졌고, 돌을 깨는 샬로 자신도 점점 나약해졌다.
샬로는 가족을 지키는 가장과 같은 사람이었다. 데이와 쥬샨 모두 그를 집안의 아버지 같이 모셨다. 그는 젊은 날 데이의 패왕이었지만, 쥬샨과 결혼한 후로는 현실의 남편이 되었다. 고집스러운 경극배우도 현실로 돌아와 수박장사가 되었고, 그러면서도 경극을 가슴속에서 잃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샬로는 경극무대와 현실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샬로의 젊은 시절에 패왕 역할은 그의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린 후 세상과 부딪치며, 현실의 자신은 패왕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결국 세상에 굴복하고 머리를 숙인 현실의 가장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쥬샨의 남편이 되었다. 그렇게 가정을 지킬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경극에게 삶을 빼앗겨버린 데이는 샬로가 현실에 돌아가려 할 때마다 등장했다. 데이는 샬로에게 불편한 형제이긴 하지만, 동시에 샬로의 열정을 함께할 파트너이기도 했다.
그 긴장을 통째로 부숴버린 건 문화대혁명이었다. 문화대혁명의 참사는 샬로의 경극과 가정을 모두 부숴버렸다. 우희와 매춘부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그는 궁지에 몰린 패왕이자 남편이었다. 하지만 샬로는 이미 세상의 풍파를 너무 많이 맞았다. 샬로의 용기는 이미 쥬샨의 뱃속의 아이까지 죽게 한 적이 있었고, 그는 죄책감에 빠졌다. 너무나 많이 깎여나간 샬로의 마음은 결국 부러질 수 밖에 없었다.
샬로는 쥬샨을 끝까지 사랑했다. 다만 잠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쥬샨의 믿음을 깨버렸고, 쥬샨에게는 믿음이 인생의 전부였기에 생긴 비극이 일어나게 되었을 뿐이다. 무심코 깨버린 믿음은 다시 붙일 수 없었고, 쥬샨은 죽고 말았다.
샬로는 데이 역시 사랑했다. 하지만 형제로서의 사랑이었다. 데이가 가진 사랑에는 응해줄 수 없었다. 데이의 사랑은 경극과 함께 생긴 것이라, 데이는 비로소 마음 속에서 경극을 지웠을 때 사랑도 지우고 세상을 떠날 수 있었다.
샬로는 홀로 남은 패왕이자 남편이었다. 그는 결국 아픈 가슴을 붙잡고 중국을 살아가는 노인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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