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되기 빠릿빠릿! 나는 빠릿빠릿을 잊어버렸다. 빠릿빠릿한 인간은 잡생각에 빠지지 않는다. 공장의 기계처럼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이며, 돌발상황에도 고양이처럼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그런 예민한 상태는 비상사태에 돌입할 때에 비로소 체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빠릿빠릿한 인간이 되려면 오히려 역효과다.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는 죄책감이 갑자기 가슴속에 피어오른다. 나는 다시 가슴을 부여잡는다. 가슴이 답답하다. 오히려 그럴 때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 바보가 되어서 생각을 없애야만 한다. 무언가 생산해낼 수도 없지만, 아픔도 사라지니, 사라지는 건 오직 시간 아니겠는가. 바보는 시간 아까운 줄 모른다. 시간 아까운 줄 알면, 이 세상에서 바보로 살 수가 없을 게다. 나는 바보가 되는 걸 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