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코미디 글쓰기 정리

취미와 문화 2023. 4. 1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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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관의 메모이다. 읽은 것과 뇌피셜이 뒤섞여있다. 개그감 없는 평범한 사람의 글이니 걸러보자.


<제3자의 입장에서>

스릴러는 ‘인간 같은 것’의 ‘인간 같지 않은 면모’를 드러낼 때 나타난다. 한 남자가 내게 다가온다. 마냥 착해보이는 그 남자, 가끔 사이코패스 기질이 내 눈앞에서 드러나버린다.(<<치즈인더트랩>>)
코미디는 ‘인간 같지 않은 것’의 ‘인간 같은 것’의 면모를 드러낼 때 나타난다.
https://youtu.be/FTrJsYNpHfg

(조성덕 배우님의 코미디 연기 강의)

스릴러든 코미디든 속 감정을 캐릭터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내는 것이 포인트다.
- 아무도 없을 때 유혹이 다가옴
- 라이벌을 만났을 때 지기 싫음
- 강적을 만났을 때 내 본성을 드러냄
- 죽음의 위기가 닥쳤을 때
등 갈등상황에서 스릴러와 코미디는 드러난다.


<캐릭터의 심리>

비극에서 주인공의 태도는 자기 결점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식이 집착으로 변하고, 집착은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다.
희극에서 주인공의 태도는 자기 결점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의식하지 않음에서 시작한다. 자기 결점에 둔감하며, 설령 직면한다해도 그것이 결점인지 알지 못한다. 그는 외부 세계만을 명랑하게 바라볼 뿐이다.
만약 희극의 주인공이 반복되는 문제 속에서 자기 결점을 인식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편 자기 결점을 이미 직면하여 극복한 자는 희극 주인공이 아닌, 영웅이 되고 만다.

* 캐릭터 : 코미디의 기초는 캐릭터다. 여자들이 잘생긴 박보검의 한 마디 위트에 자지러지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에게 호감이 있고, 그가 호감을 자극하는 말을 하기에 웃기는 것이다. 반면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며 웃긴 말을 해도, 그가 성범죄자 출신이라면, 뭔가 쿰쿰하고 음침하다는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해당 캐릭터가 웃음을 자아내는 기본 조건이란 다음과 같다.
- 내(독자)가 나 자신의 웃음에 죄책감을 갖지 않아야 한다. <<시커먼스>>라는 개그콘서트 코너는 흑인 분장을 하고 웃긴 짓을 하는 꽁트였는데, 인종차별 이슈가 엮이면서 지금은 웃을 수가 없다.
- 웃긴 상대가 잠재적으로 선량한 나/남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에게 당하는 로켓단이 주인공의 피카츄를 훔치는 데 성공하여, 지우가 이후 배틀들에서 패배만 한다면? 그때부터 로켓단은 코믹한 인물들이 아니라, 민폐 그 자체이다.
- 한편으로는 내(독자)가 그에게 호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미디적인 캐릭터의 유형에는 크게 몇 가지가 있다.
- 나(독자)보다 못한 사람
- 나와 같은 조건이지만 다급할 때 나쁜 습관이 나와서 바보같은 판단을 한 사람. (무대/영상에서 묘사를 잘 하는 코미디언이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를 할 수는 있으나, 핵심은 캐릭터이다.)

한편 ‘코미디스럽다’는 것 중에 특히 깔깔 웃게 만드는, 우리나라에서는 ‘개그’의 이름으로 알려진 것들로 보자.
못생긴 남자의 외모개그와 슬랩스틱은 ‘그가 나에 비해 뒤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나는 죄책감없이 그를 비웃을 수 있다’는 데에서 웃음포인트가 생긴다. (단, 내가 비웃어도 그가 상처받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한편 못생긴 여자의 외모개그와 슬랩스틱은 ‘여성들을 보호해야 한다’라는 이념이 있다면 웃을 수가 없게 된다. 사회 분위기의 문제보단, 그 캐릭터를 대할 때 시청자 특유의 거만함을 자유로이 풀어헤치는 작업이 바로 개그의 상황극이다.
지금 ‘골목대장 마빡이’ 같은 코너가 나와도 옛날 같지는 않겠지만,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다. 개그맨들이 나와 힘든 자세를 반복하며 지쳐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는 코너였는데, 토크 면에서는 별로 주목할 점이 없었고, 캐릭터에 강점이 있었다. 그 개그 내용을 분석하면, [누구는 힘든 자세를 반복하지만, 누구는 편한 자세로 코너를 늘어지게 함 / 가학적인 코너 기획에 희생당한 정종철 개그맨 캐릭터 / 거기에 엮여버려 개고생하는 다른 개그맨들] 등의 웃음 요소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들이 힘들어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개고생 하는 이 코너에 참여하는 실수를 한 개그맨들의 후회’가 이 코너의 인기요소였다. 정리하자면, ‘마빡이’라는 캐릭터 자체보다는 ‘마빡이 캐릭터를 뒤집어 쓰는 실수를 한 정종철 캐릭터’에 웃었건 것이고, 시청자는 코미디언들이 ‘웃겨야 한다’는 의무에 갇혀있다는 사실 덕에 특유의 거만한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개그 프로그램들이 망한 것은 사회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스운 분장과 슬랩스틱 자체가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코미디 영화에서 조폭들 간에 ‘머리때리기’ 같은 슬랩스틱이 멸종된 것, 개그 코너들 중에 충격적인 분장 자체가 줄어든 것들 모두 그 영향이다. 폭력과 가학적인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 것이 그 근본 원인 같은데, ‘비하’에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가 근 몇 년들어 빗발쳐왔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코미디에서는 캐릭터만으로 승부하는 방법 밖엔 없다. 현재 <<괴짜가족>> 식의 외모 개그는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주인공의 못생김을 연출할 때에는, 차라리 이세계 사람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얼굴을 평가하는 편이 시청자/독자들의 죄책감을 덜 수 있다. 그리고 관객/독자의 죄책감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서, ‘참교육’, 복수 등의 명분을 분명히 박아놓아야 한다. 참교육과 복수는 희극의 특성상 주인공에게도 적용 가능하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크게 다치지는 않아야 한다.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 희극 속 주인공은 갈등과 위기 속에서 ‘나만의 살아가는 법’을 뚜렷이 나타내야 한다. 비극 장르가 ‘뛰어난 자들의 왜곡된 고집이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이야기’라면, 희극 장르는 ‘나쁜 환경의 못난 사람들이 번뜩이는 시각을 이용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비극 속 주인공들은 고집 때문에 발전하지 않고 몰락하지만, 희극 속 주인공들은 ‘나만의 비법’을 발전시켜 나간다. 실패 속에서 대책을 찾지만, 궁극적인 결점은 해결하지 못한다.
가령 희극 속 주인공이 도둑이라 할지라도, 그의 도둑질이 나쁜 환경으로 인해 택한 생존 방식임을 작가는 끊임없이 어필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위에서 언급한) 웃음의 조건을 충족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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