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한국 근현대사 도입 시 '근대'라는 역사적 개념에 대한 설명틀

취미와 문화 2023. 6. 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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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축은 '시간', y축은 '기술(= 기술 개발을 위한 계몽)'. 대각선으로 뻗은 '국가의 발전'
 

 
인간은 시간을 지배할 순 없다. 시간이란 개념이 애초에 인간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이라고 전제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손을 댈 수 있는 축은, 기술 측면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의 신비는 그 만큼 소멸된다. 이로써 인간은 한층 자연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만큼 '자연을 지배하여 통제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인간은 공간을 규격에 맞게, 인간에 편리하게 구획한다. 옛날에 산골짜기에 길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향촌의 집들은, 도시화되며 규격에 맞도록, 그리고 파악하기 쉽도록 정비된다.
 
계몽이란 비문명, 즉 미개한 인간들을 문명 측으로 이끄는 작업을 말한다. 고로 계몽의 방법이란 기술을 습득시켜주는 것이고, 넓은 의미로는 가르치고 배우는 것 전반을 칭할 수 있다. 이 때에 '실용'이라는 가치가 중시되는데, 실용이란 문제해결에 유용한 것을 뜻한다. 특히 근대에서 문제의식이란 '비문명성', '미개', '야만', '미신', '전통' 등 기술의 영역으로 새로이 지배하게 된 분야에 집중되므로, 그것들을 타파하는 것이 곧 근대적 실용이 되겠다.
 
근대 이념에 따르면, 인간은 진보하기 위해 기술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문제는 기술발전의 책임소재 분배와 문제해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상적인 형태로는 상호이익이 갈 수 있도록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해관계가 항상 상호이익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시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강력한 지배권력으로서 근대 버전의 '국가'가 필요한 것이다.
 
인민들은 국가라는 지배기관의 권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국가에 완전히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체제가 구축된다. 이로써 국가가 그 안의 인민들의 '발전' 정도를 대변하게 되고, 국가 존재에 인민들이 결집하는 당위로서 '민족'이 강조된다.
 
 
* 근대식 사고방식의 오류 :
1) 기술이 발달하면 인간 역시 크게 ‘발전’한다는 편견. 즉 현대인 천재론. 현대로 갈수록 기술이 발달하며, 기술이 미발한 이들에게 가르침을 줄 권리나 의무가 있다는 생각. 하지만 그 국가의 문화에 대한 무시와 자신에 대한 자만일 뿐.

2) 기술이 발달하면 ‘도덕적으로 옳을 것’이라는 편견. 실상은 도덕적 옳음에 대한 고민은 최대한 억제하고, 각자의 성장만 고려하여 끝끝내 1차 세계대전을 촉발하는 요인이 됨.

3) 사회경제적 맥락에서만 사회의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뉴라이트 사관과 맑스주의 구조주의 경제사관. 이로써 문화적 다양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오로지 사회경제적 '발전'이린 관념이 근대인들을 지배하게 된다.
 
* 이 근대라는 사고방식을 일본이란 국가와 자주 엮어, 식민지 수혜론이라는 극단론도 나온다. 그래서 통상 근대정신을 '우파'의 전유물이라 착각하지만, 좌파 역시 이런 사고의 일부를 이어받았다. 대각선이 국가의 발전 대신 민중의 권리인가, 여성의 권리인가, 노동자의 권리인가.
국내 ‘포스트모던’이라고 하는 각 운동단체들은 이 근대적 이념을 강렬하게 체화하였다. 기존의 전통적인 모더니즘, ‘기술 개발을 위한 계몽’이라는 지향을 살짝 비틀어 ‘(나의 프레임)을 위한 계몽’으로 전환시킨 것에 불과하다. 이로써 그들의 프레임은 ‘정치적 선함’에 매우 의존하게 되며, 그 선함의 근원은 ‘모더니즘의 악함’에 근거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80-90년대의 일제강점기 사회경제 관련 연구자들 중에 뉴라이트로 넘어간 이들은 ‘모더니즘의 악함’ 자체에 회의감을 깊이 느낀 나머지, 사회경제 뿐만 아니라 그 전공 외의 분야까지 ‘일제의 수혜를 입었다’며 주장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근대 이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마저도, 지극히 근대적인 관념을 견고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문제는 ‘기술 발전’이라는 척도는 그래프를 극단적으로 활용한다 쳐도 어느 정도 개연성을 갖출 순 있으나, ‘여성의 인권’, ‘노동자의 권리’ 같은 인권에 대한 척도는 철학적으로 복잡해진다. ‘인간은 어떠해야 인권이란 것을 갖출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은 마르크스가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에 맞는 노동가치’라는 척도를 맞춰놓았고(“자본론”의 인간관 - 필자), 그것에 큰 영향을 받은 국내 레디컬 여성운동계 역시 유사한 입장을 취한다. 그 결과 ‘인권’마저 위의 그래프처럼 직선적인 형태를 띠고 상승하는 도식을 그리게 된다.

 
** 근대는 무조건 '적폐'인가? 근대는 지극히 정치적인 관념이고, 적폐는 굉장히 흑백논리적인 단어이다. 항상 근대 이념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방법은 인문대학에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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