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광기의 거울

취미와 문화 2023. 8. 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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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사람들이 ‘광기 있는 자를 보면 그를 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저쪽’ 진영은 전부 미쳤고, ‘나는 그 광기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나치스가 ‘공산주의자 놈들’을 미워하듯, 공산주의자들이 ‘제국주의 앞잡이들’을 미워하듯, ‘극좌’ 놈들이나 ‘극우’ 놈들을 미워하면 자신은 ‘정상인’ 지대에 있다고 어림짐작한다. 하지만 아니다.

모두들 자기 안의 광기를 외면한다.
1차대전, 2차대전이 어쨌고. ‘극우’가 판을 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극좌’는 사회악이라고.
상대방이 극우 성향인지 극좌 성향인지를 떠나, 상대방을 낙인찍는 자신이 위험분자라는 걸 전혀 인지 못한다.

혹자는 인간들이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운다고들 했다.
그게 아닌 것 같다.
교훈이 아니라, ‘적’을 배우고 있다.
적 진영이 얼마나 악마와 같은지, 죽어 마땅한지, 그들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
그런 생각 와중에도 나 자신이 어디 서 있는지도 모르는 천치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나는 무섭다.
누구를 혐오해야하는지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다.
극단론자를 미워한들, 내가 그 반대편 극단론자로 매도당해 돌팔매질 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
정신나간 ‘상식’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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