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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되기
빠릿빠릿! 나는 빠릿빠릿을 잊어버렸다. 빠릿빠릿한 인간은 잡생각에 빠지지 않는다. 공장의 기계처럼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이며, 돌발상황에도 고양이처럼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그런 예민한 상태는 비상사태에 돌입할 때에 비로소 체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빠릿빠릿한 인간이 되려면 오히려 역효과다.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는 죄책감이 갑자기 가슴속에 피어오른다. 나는 다시 가슴을 부여잡는다. 가슴이 답답하다.
오히려 그럴 때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 바보가 되어서 생각을 없애야만 한다. 무언가 생산해낼 수도 없지만, 아픔도 사라지니, 사라지는 건 오직 시간 아니겠는가. 바보는 시간 아까운 줄 모른다. 시간 아까운 줄 알면, 이 세상에서 바보로 살 수가 없을 게다.
나는 바보가 되는 걸 택했다. 바보가 되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허상이란 달콤하기 짝이없다. 그 허상이 현실에 부딪쳐 의미없다고 판명이 나면 또 어떤가. 지금 행복한데.
다행히 나는 공부가 좋다. 공부를 하면 나는 채워진다. 물론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미래에 공부를 해서 생계도 이루고 꿈도 이룰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게 행운이다. 내게 공부는 취미니까, 공부를 잘 한다고 우쭐하지도 않고 못한다고 우울하지도 않다. 그저 그 취미를 누리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주변 사람들께 죄송할 뿐이다.
죄송함은 다시 나의 시간감각을 일깨워준다. 제기랄. 빠릿빠릿하게 취미생활을 하기는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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