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과

취미와 문화 2021. 3. 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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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성인이 된 후로 남에게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 죄없는 부모님만이 내게 사과를 하려 할 뿐이다. 지금껏 사과를 바라고 있어왔던 내가 너무 바보같았다. 잘못된 건 나였는데, 왜 남을 탓해왔던 건지 모르겠다. 세상은 자연스럽기만 하다.
나는 사과하는 법을 잘 알고, 사과를 잘 하는 것만이 미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과를 잘 하는 사람은 잘못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사과를 잘 하는 사람일 뿐이거나, 어딘가 부족한 사람일 뿐이다. 손님과 직원 사이에나 있을 수 있는 게 사과일 뿐이다.

나는 사과를 받을 만한 일이 없다. 나는 불합리한 이유로 상처를 받으니까. 상처받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니, 남들도 사과하지 않는다. 그게 나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였다. 사과를 바라니 내 상처가 불합리해지는 것이었다. 상처는 상처일 뿐이다.

나는 무언가를 외면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것을 잘 모르는 게 내 잘못인 것 같다. 나는 합리적이지 않다. 그 이유로 영원히 공감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 나를 쉽게 분석하면서 웃었던 이들에 대해 나는 증오한다. 나도 남의 상처를 쉽게 말하는 게 가능하지만 굳이 하지 않았지만, 나와 같지 않는 남들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남을 믿은 게 잘못이었고, 남에게 힘든 내색을 했던 게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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