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를 파는 일

취미와 문화 2023. 11. 5. 02:55

나는 완전히 소모되었다.

누구도 나를 소비하지 않았는데?

가령,

평생을 소중하게 간직해 온 내 반지가 있었다.

그러다 집안 사정이 기울어 내 반지마저 팔아야 할 때가 온다.

결국 내 반지의 감정을 받는데, 그 가격이 알고보니 십원이었다.

차라리 팔려고 하지 말 걸.

그 생각이 들 것이다.

나만의 추억이자, 나의 행복이었던 것들은 내 안에서만 빛나다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나 역시.

차라리 남들에게 마음쓰지 않았다면, 아무 의미없이 소모되지는 않았을 테다.

나는 자신의 무가치함만을 끝없이 재확인할 뿐이었고, 허상의 바다에서 끝없이 침몰해갔다.



몇 년 째일까?

앞으로는 또 몇 년일까?

얼마나 무엇을 어떻게 더 버려야 하는 걸까?



무의미한 몸짓

무의미한 슬픔

무의미한 글

나는 오십 년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왜 남들로부터 가치를 부여받으려 하지, 자문한다.

그 답은 나 자신을 위해, 그렇지, 이기적으로 살면 된다고 말한다.

남들이 부여하는 가치따윈 중요치 않고, 나 스스로 떳떳하고, 나의 것에 몰두하면 된다고.

별의 수 만큼 많았던 옛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도 없이 사라져갔다.

언제까지 스스로에게 속을 거지?

사실은 밭 가운데 돌처럼 어디론가 비켜줘야하는 운명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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