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인생이 참 짧다.

취미와 문화 2024. 1. 12. 00:35

내 인생을 돌아보려 하니, 3초만에 전부 둘러본 것 같다.

이야기하라면 길게 할 수도 있을 법 하지만,
세상에 나올 만 한 이야기는 참 적고도 적다.

다섯 살, 여섯 살 때 느꼈던 거대한 시간이 지금은 참 가볍게도 느껴졌다.
가족들의 죽음은 다가오고, 나 역시 참 짧은 인생을 살 것 같다.

지금 되돌아보아 3초,
미래에 되돌아보아도 3초.
끝끝내, 의미있는 모든 기억들이 순식간에 세상에서 소실될 것이다.

아빠, 엄마를 보고 느꼈다.
더 이상 뭔가 같이 하려고 해도, 부모님과 나는 너무 낡아버렸다는 걸.
애써 새로운 행복을 찾으려고 해도, 결국 옛날 지난 추억들의 값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다.
그래서 단 3초의 삶에 매몰되고, 숨고만 싶었다.

학창시절에 나는 내가 너무 평범해서 싫었다.
언젠가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나 역시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면,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우리 가족들의 것들도.

그렇게 삶의 특별한 의미를 바라기만 하고, 10년, 또 10년.
나는 그렇게 흘러왔고, 나에게 쏟아진 많은 이들의 청춘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시간의 무게감이 내 가슴을 짓누르고, 그 무게가 버거워질 때 쯤, 삶의 특별한 의미를 찾는 일이 무의미하단 걸 깨달았다.
평범이야말로, 행복 그 자체라는 걸 어려서 깨닫지 못했다.
녹아내리는 빙하처럼, 삶은 녹아내리기만 하고 더 이상 전처럼 꼿꼿하고 파릇한 나날은 없다.
그리고 그 끝에는 모두 물이 되어 구분이 안 되는 지경이 되는, 죽음이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되돌아 보았을 때 3초 뿐일테다.
지난 시간은 의미를 잃고
시간은 미지로 남아있을 때에만 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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